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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빛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성균관의과대학교 임상영양연구소장/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
- 총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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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26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성균관의과대학교 임상영양연구소장/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
현대인은 조명없이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조명은 낙상 사고를 줄이고 노동 생산성을 높여준 문명의 이기다. 그러나 인류가 24시간 꺼지지 않는 인공광의 풍요를 누리는 사이, 수백만 년 동안 태양 주기에 맞춰 진화해 온 인체의 대사 시스템에는 조용한 경고등이 켜졌다.
자연광은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지키는 가장 비용 효율적인 처방전이다. 과거 국외 연구에 따르면 가정에서 햇볕을 충분히 쬐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결핵 감염 위험이 낮았고, 유럽의 한 단면연구에서는 햇볕 부족이 우울증 발생 위험을 1.4배 높인다고 보고했다. 아침의 자연광 노출은 밤 시간대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해 잠들기까지의 시간을 줄이고 수면의 질을 높인다.
낮에 쬐는 충분한 햇빛은 단순히 비타민 D 합성을 넘어 뇌 신경계를 직접 자극해 인지 기능을 깨우고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필수 영양소인 반면, 야간의 과도한 인공광 노출은 현대병의 근원으로 지목된다. 75세 이하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불을 켜고 잘 경우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보고됐고, 야간 조명 노출 시간이 길수록 경동맥 동맥경화의 정도가 심해진다는 연구도 있다. 이상지질혈증, 복부비만, 고혈압, 당뇨병, 우울증 역시 밤의 불빛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
인체는 24시간 주기의 일주기성 리듬(Circadian Rhythm)에 따라 수면, 면역, 대사 활동을 조절한다. 이 리듬을 유지하는 핵심 축이 바로 '낮의 햇빛'과 '밤의 어두움'이다. 미국의사협회(AMA)는 "야간의 지나치게 밝은 조명은 수면 시간을 줄이고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주간 졸음과 업무 능력 저하, 그리고 비만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고 경고하였다.
그동안 가정 내 조명은 주로 '에너지 효율'과 '전기료 절감'이라는 경제적 논리로만 다뤄져 왔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고효율 LED 조명이다. 그러나 최근 가독성과 효율 중심의 청색광(블루라이트) 기반 LED 조명이 인체 건강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쏟아지고 있다.
LED 조명에서 나오는 특정 청색 파장은 전통적인 백열등에 비해 야간 멜라토닌 분비를 훨씬 더 강력하게 억제한다. 최신 종양학 연구들은 야간의 블루라이트 노출이 멜라토닌을 고갈시켜 세포 내 항산화 작용과 DNA 복구 메커니즘을 무력화하고, 이로 인해 일부 호르몬성 암(유방암, 전립선암)의 발병률을 유의미하게 높인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이제 빛은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도구가 아니라, 몸에 흡수되는 '식단'처럼 관리해야 한다. 일주기성 리듬을 회복하고 건강 수명을 늘리기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빛의 지침'은 명확하다.
기상 직후 실내조명을 환하게 켜 생체시계를 깨우고, 낮에는 틈틈이 야외로 나가 최소 20~30분 이상 자연광을 온몸으로 쬐어야 한다. 귀가 후에는 실내 조명의 조도를 한 단계 낮추고, 주광색(형광등색)보다는 따뜻한 전구색 조명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침실 공간은 암막 커튼으로 외부 불빛을 차단하고, 취침등이 필요하다면 멜라토닌 분비 저해가 가장 적은 낮은 조도의 붉은빛(황색계열) 조명을 선택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잠들기 2~3시간 전부터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등 블루라이트를 뿜어내는 화면을 멀리하는 습관이다.
오늘 밤, 침실의 모든 불을 끄는 작은 실천이 내 몸의 면역력과 내일의 활력을 결정짓는 가장 과학적인 건강법이다.
